<강연요지> 풍속화는 말 그대로 ‘풍속’을 묘사한 작품이다. 풍속은 인간이 살면서
만들어낸 끈질긴 습속과 갖가지 양태를 이른다. 풍속화에서 중시하는 요소는
사회의 단면과 인간의 정서다. 그중에서 사람끼리 얽힌 별의별 정서, 흔히 하는
말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풍속화를 이루는 고갱이다. 인정의 기미를 잘 파악
한 풍속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풍속화의 범주는 넓고도
복잡하다. 나라의 행사, 벼슬아치의 관행, 백성의 일상, 그리고 전승놀이, 민간
신앙, 관혼상제, 세시풍습 등 모든 게 풍속화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풍속화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다. 풍속화에 나오
는 남녀의 정분만 따로 떼어 보노라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유독
한시의 서사구조를 빌린 소재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 풍속화에 나오는 장면은
중국 시인들의 서정을 어떻게 차용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그 맥락을 뒤틀었는지,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알아본다.